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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생활법률) 채무초과 상태에서 '실질적 상속포기'는 법률상 사해행위에 해당

by 나달리 2022. 9. 10.

(생활법률) 채무초과 상태에서 '실질적 상속포기'는 법률상 사해행위에 해당

상속포기와 사해행위
상속포기와 사해행위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채무자의 경우 비록 다른 사람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을지라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어떤 법률행위가 결과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그나마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려서 결국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경우라면 법률이 일정한 요건 하에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게 됩니다.

이 경우 채무자가 행한 법률행위를 '사해행위'라고 부르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채권자의 권리를 '사해행위 취소권' 혹은 '채권자 취소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채권자 취소권'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권리입니다. 채권자 취소권은 법률이 일정한 요건 하에서만 그 권리의 효과를 인정하는데, 권리의 행사는 반드시 소송을 통해서만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채권자 취소권의 행사는 채무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채무자와 법률행위를 한 또 다른 제3자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보다 정확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객관적 요건으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해를 입히는 내용의 사해행위를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채무자와 법률행위를 한 수익자나 또는 재산을 넘겨받은 전득자가 채권자에게 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관적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채권자에게 해를 입히는 사정을 알았다는 부분이 바로 '사해의사'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사해의사는 꼭 적극적일 필요는 없고 소극적인 인식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다음 사안은 잇따른 사업 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OO씨의 경우입니다.

OO씨는 부친이 사망한 뒤에 서울에 소재한 주택을 어머니인 △△씨와 함께 공동 상속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OO씨는 팔순이 다 된 노모가 홀로 사는 집이 상속재산이었기 때문에 이를 따로 처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상속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모친에게 집을 넘겨주려고 했지만 이미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놓쳐버렸던 상황이었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해야 합니다)

결국 이대로라면 빚 때문에 집이 처분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OO씨는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모친이 단독 상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분을 '0'으로 만들어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마치게 됩니다. 결국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채권자측이 이에 대해서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OO씨는 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는 상속포기나 다름없다'라고 맞섰던 것입니다.


참고로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아닌 '상속포기'로 볼 경우에는 사해행위와 관련해서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으로서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 상속포기의 의사표시에 채권자 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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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의 경우 채무자인 OO씨는 자신의 행동이 실질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사해행위 취소권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다툰 것인데요, 하지만 법원은 OO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OO씨는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데도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해서 부동산 권리를 포기하고 어머니가 부동산을 단독으로 상속하게 했다"면서 "OO씨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이므로 취소해야 하고, OO씨의 모친 △△씨는 채권자에게 □□□여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OO씨의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OO씨는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실질적으로는 상속 포기라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상속포기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 인적 결단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재산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엄격히 구별된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민법이 상속포기에 관해 엄격한 기한을 요구하고 있는 사정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상속을 포기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켰더라도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그대로 상속포기에 해당한다고 취급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던 것입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공동 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방법으로 상속포기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상속포기와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서로 혼용되어서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속재산 분할협의와 상속포기는 그 요건이나 도입취지, 내용에 있어서 법률상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해 준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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