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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문학, 사유

세계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by 나달리 2022. 3. 11.

세계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바벨탑
바벨탑

 

 

인류가 단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한다면 대화의 장애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대화 상대자가 누구이든 그가 어느 지역 사람이며 어디에서 태어났든 어려움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사실 언어의 다양성은 고대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성격의 바벨탑 이야기도 이에 대해 언급한다.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이 단일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순간, 인간은 신에게의 도전이라고 할 바벨탑을 더 이상 쌓아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무엇이 이런 다양성을 낳았으며, 인류 보편의 단일 언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간의 단순한 의사 전달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어의 통신성이 높아지면 질수록 표현력이 약해지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어는 문화유산으로서 무슨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사용자가 어느 사회집단에 속해 있는가를 말해 준다. 언어는 문화적 기억의 역할을 한다. 따러서 언어는 단순한 단어나 문법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민족의 시간 개념은 그 민족의 문법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또 언어는 한 개인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모국어에 포함되어 있는 언어의 특수성이다.

 

그래서 어느 언어든 그 언어 고유의 창조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언어의 창조는 민족의 집단 기억을 재편집하며, 민족문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언어는 사상의 표현으로서 언어 속에는 세계관이 농축되어 있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철학을 하려면 그리스인의 청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 언어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현대인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가는 것은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자각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작업이 가능하다.

 

인류가 한가지 언어만 사용할 경우 사고의 빈곤이 빚어질 것이며 동시에 하나의 사상만을 갖게 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단일의 보편 언어를 바라는 것은 언어의 기능이 통신만이 아님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는 문화와 사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인류에 내재되어 있는 차이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바벨탑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인류가 헤어졌음을 한탄할 뿐, 헤어진 인류가 다시 만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으며,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 다른 창조물을 갖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인류는 현재 단일적이지 않을뿐더러 미래에도 단일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일화된다는 것은 곧 전체주의가 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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