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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문학, 사유

감각을 신뢰할 수 있는가?

by 나달리 2022. 3. 9.

감각을 신뢰할 수 있는가?

 

감각을 느끼는 부위
감각을 느끼는 부위

 

철학사에서 합리론자들은 감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예컨대 감각이 보여주는 세계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적으로 불안정한 세계로 간주하고 이에 근거하여 지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지성적' 세계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감각 경험은 신체에 결부되어 있으므로 그것이 제공하는 세계의 모습은 보편적이지 않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두고 어떤 사람은 달다고 느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쓰다고 말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같은 사람도 상태에 따라 판단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감각이 제공하는 정보에 무비판적 판단을 얹을 경우 우리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반대로 경험론자들은 그와 달리 우리의 모든 관념과 판단은 감각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지식도 절대적으로 확실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A라는 현상 다음에 B라는 현상이 나오는 것을 반복적으로 관찰할 경우, 우리는 이들 사이에 인과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하지 않은 추론이며 그렇다면 인과성이라는 것이 단순한 선후관계가 아닌지도 의심할 수 있다.

 

비판적 합리론은 우리의 인식이 감각과 개념, 경험과 이성의 상호 보완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하며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하려 한다.

 

지식이 만들어지려면 경험적 데이터를 지성의 범주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지성의 범주들은 경험적 데이터에 의존적이다. 따라서 감각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감각적 자료가 없는 텅 빈 지성 역시 무용하다.

 

그래서 감각적 자료가 필수적이라 해도 그것을 통제하고 조직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험적 현실과 무관하게 성립되는 수학을 제외하면 모든 과학은 우리에게 자연과 자연의 법칙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 하고 있으며, 당연히 경험적 데이터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착시현상 등을 경험해 본 적이 있기에 감각이 우리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감각에 대한 어느 정도 경계심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모든 감감적 정보를 절차를 거친 후 받아들이다가는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순한 실용적 기술이나 평범한 일상적 행동과는 달리 과학적 연구는 상당한 정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므로 경험적 자료에 대해 어느 정도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둘러싼 상황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일하느냐 시장에서 과일을 사느냐에 따라 감각에 대한 신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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