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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문학, 사유

행복과 의식

by 나달리 2022. 3. 7.

행복과 의식

 

행복
행복

 

 

어원적으로 볼 때, 행복이라는 단어는 운명 또는 요행에 의해 생기는 일을 가리킨다. 행복이라는 개념에서 이러한 측면을 강조한다면, 행복은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닥치는 것이 된다.

 

만약 스스로가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하려면, 첫째 우리 스스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라야 하고(이렇게 되면 욕구불만도 없고 불행도 없다), 둘째 현실이 우리를 만족시키는 방식이 매우 은밀해서 우리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예로 우리의 의식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생리작용과 수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화운동이나 수면이 행복의 전형적인 예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종종 행복을 누리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예컨데 "넌 네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서 그래", "복에 겨워서 하는 소리야" 등의 말을 흔히 하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타인이 말하는 경우, 행복이라는 말은 그 타인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다. 이때 타인은 자기 상황에 비추어 나의 현실이 행복하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스스로 얼마나 행복한지를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은 타인이 행복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나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복이란 타인이 규정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과 객관적 현실이 서로 부합하고 조화를 이룰 때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행복이 있으려면 나는 무엇인가를 바라야 하고 무엇인가를 기획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취할 목표와 그것을 위해 내가 해야 할 행동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타인이 나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이 이러한 나의 내적 욕망, 기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각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행복이란 어떤 기획을 가지고 있고, 그 기획의 진행상황과 성패를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성공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이란 시골에 가서 빈둥거리고 싶다는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특별히 적극적인 행위나 노동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획이란 자신에게 생기는 일을 의식 없이 완전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런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것이 행복하려면, 그러한 무위의 상태를 향유할 수 있고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행복'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는 것은 불행을 자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것이 동일한 의식의 몫이니만큼 설사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을 의식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행·불행에 대한 자의식이 완전히 정지해 버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상 모든 행복은 소망의 실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소망을 분명히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족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의미에서 행복이란 오직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인간 중에서도 아기들은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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